채리티 은행은 주로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는 비영리 기관, 사회적기업, 지역공동체 회사 등을 대상으로 최소 약 25,000파운드(약 4천3백만원)부터 많게는 약 2백만 파운드(34억원)까지 융자를 제공하는 사회적 금융기관이다. 융자대상을 구성하는 채리티 은행의 포트폴리오는 항상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것도 채리티 은행을 시중은행과 구별짓게 하는 특징이다.
1992년 은행설립을 위한 아이디어 제안부터 채리티 은행 설립, 2011년 첫 흑자달성이후 2012년까지 20년간 채리티 은행을 이끌어온 말콤 헤이데이(Malcolm Hayday) 전 채리티 은행 대표를 만났다.
채리티 은행은 영국 제3섹터 내 비영리기관과 자선단체들을 위한 자금지원활동을 벌이는 민간재단인 CAF(Charity Aid Foundation - 비영리-자선 지원 재단)에 의해 설립되었다. 실재 채리티 은행은 2002년에 등록되었지만 은행 설립을 위한 아이디어의 제안, 사업계획 수립, 기금 조성, 정부로부터의 허가 취득까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말콤은 대학 졸업 후 20년간 일반 상업은행과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금융전문가로 경험을 쌓았다. 말콤은 이 기간을 자기 인생의 '어두웠던 기간'이라고 소개한다. 금융전문가로서의 20년 경력이 말콤에게 일깨워준 확실한 한 가지는 바로, 은행이 고객을 위해 존재하고 운영되지 않으며, 은행을 자신을 위해 존재하고 운영된다는 사실이었다. 이 시기의 경험이 그로 하여금 채리티 은행과 같은 사회적 금융기관을 만들고자하는 비전을 갖게했다. 말콤은 고객을 위해 존재하고 운영되는 금융기관을 만들고 싶었고, 1992년 그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인 CAF로 일자리를 옮겼다.
말콤이 강조한 채리티 은행이 집중해야할 금융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중은행이 제공하길 꺼리는 소규모(약 25,000~50,000 파운드) 융자. 특히 담보나 과거 실적이 전무한 비영리기관 혹은 사회적기업 등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융자 제공
-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융자가 아닌,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융자 제공
-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는 기관이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혁신을 진행할 때 요구되는 큰 규모(약 200만~300만 파운드)의 융자 제공
2013년, 채리티 은행은 더 큰 사회적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채리티로서의 지위를 버리고 주식회사가 되었다. 여신 규모에 따른 법적 규제에 따른 것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창립 취지의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보유자산이 1억 파운드를 기록하고 있는 채리티 은행은 향후 5년간 자산의 규모를 지금의 두 배, 2억파운드 수준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채리티 은행보다 앞서,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되었던 다른 나라의 금융기관이 성장과 함께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큰 규모의 융자만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으로 변모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산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원래의 사회적 미션과 수익의 균형을 찾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도전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성장과 사회적 미션이 반드시 충돌하는 가치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회적 금융이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 말콤의 채리티 은행이 그 필요성을 역설하고 존재 이유를 증명해 보였다면 이제는 크라우드 펀딩, P2P 서비스 등과 같이 더 창의적인 방식의 더 다양한 사회적금융 수요가 등장하고 있다. 규모 있는 채리티은행이 인체의 동맥이라면 사회 전역에 구석구석 산소를 실어나르는 모세혈관도 필요한 법이다. 영국 사회적금융 생태계 전반의 밑그림이 좀 더 세밀하게 그려져야하는 시점인 것이다. 채리티은행을 은퇴한 이후, 자문역을 맡고 있는 스코틀랜드 지역 재투자 신탁(Scottish Community Re:Investment Trust) 에서 말콤은 바로 이러한 고민을 던지면서 새로운 사회적 금융 플랫폼을 모색하고 있다.